'갈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10.20 결혼 적합성
  2. 2012.02.16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힘들지
두서없는 이야기2019. 10. 20. 16:45

1.

성장기에 접어들며, 아니 혹은 내가 인지하기 더 전부터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세 살 터울의 누나로, 내 누나라서가 아니라 그 또래보다 말도 빠르고, 심지어 본인의 생각을 일찍부터

펼칠 줄 아는 꼬맹이었던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누나에 비해서가 아니라, 나는 보통 애들보다 말도 살짝 느리고, 성장도 살짝 느렸던 것 같다.)

 

나에 비해 타인에 공감능력이 탁월하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던 누나 덕에 나도 남자치고 어디가서 눈치로

빠지진 않는데, 누나 덕에 이점도 있었지만, 이제서 돌이켜보면 조금 안좋은 점도 있었으려나 싶다.

예를 들어,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테크트리였다는 거?

 

2.

내가 인정하는 누나가 일방적으로 스트레스 받아하는 대상이 이 세상에 몇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아버지. 우리 세대 여느 아버지들과 같이 무척이나 가부장적이며, 유사 우리집 김정일. 왕으로 군림하고자 하는 분이시다.

또 다른 한 분은 어머니, 이 세상에 그 누구보다 인자하시고 지혜롭지만, 가정과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커 항상 아버지에게 맞춰줘버릇하는 분이시다. 누나는 이 두분을 보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3.

나는 20살 이후로 집에 살지 않는다. 대학교 기숙사에 자취생활, 더불어 군대, 졸업하며 별도 취준생활 없이 바로 취직해서 사택에 거주하다가 지금은 회사에서 일본으로 주재생활 중이다. 다만 이따금씩 집에 가서 머물다 보면 부모님의 그 작은 갈등이 나에게도 무척이나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때면 집에서 항상 지내오며 그것을 지켜본 누나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1년 내내 집에 살면서 지켜봤으면 상당히 짜증났을 수도..

 

4.

이건 내가 모든걸 걸고 자신할 수 있는데, 어머니의 인성과 지적 성숙도면 지금 아버지 외에 다른 더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더 행복했으면 행복했을 것이다. 반대로 아버지는 지금의 어머니나 되니까 맞춰주며 살아줬지,,,

 

5.

결혼에 적합한 사람(결혼을 해도 좋은 사람) :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내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사랑을 주고 받을 줄 아는 사람.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가능하면 혼자 살았으면 좋겠는 사람) : 모든 선택의 기준이 자기 중심적으로 사랑을 주거나 받을 줄 모르는 사람.

 

이 외 수없이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난 아무리 봐도 아버지는 혼자 살았어야하는 사람같다. 가끔 왜 결혼하셔서 멀쩡한 엄마랑 누나에게 고통을 주시는걸까?하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가족에게의 배려부터, 가족 갈등 해소 능력 제로, 총각인 나와 자꾸만 비교하는 용돈과 생활 패턴의 비교까지.

 

6. 역시 사람의 성향은 내가 누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듯이 가족, 친구, 동료 등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 나이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를 여의신 울 아버지의 행동 장애(라고 해도 될까?)를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을 땐 좋으시지만.

 

평생을 회사에서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오시느라 고생하셔서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따금씩 발생하는 갈등으로 나의 그 감사함을 전달드릴 기회조차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자꾸 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세요 라고 하게 되니)

 

회사에서 일본 동료들이 왜 결혼 안하냐고 묻는다.

"아직 준비가 안되서요"

"무슨 준비요?"

"정신, 물질적 준비요. 내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혹여나 내가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지 않을 준비"

"피식. 너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런데, 그런건 결혼에 필요하지 않아. 그냥 하면 돼!"

 

네네네. 너나 잘 하세요. 그건 그쪽 생각이고, 나는 내 생각이 있구요.

시끄럽다고, 나는 아직 결혼에 적합하지 않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행해지는건 생각하기도 싫다.

Posted by 꼼단
두서없는 이야기2012. 2. 16. 12:34

누구나 저마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겠지.
언젠가 나만 외롭고 나만 이렇게 힘든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갈등을 잘도 숨기는 것 같아.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의 고민상담을 하다보면 깜짝 놀라곤 했다.
뭐 지금의 내 감정은 내 나이에 맞는 것들 뿐이고 몇년 후가 지나면
이런 고민들을 했던 지금을 굉장히 그리워 하겠지 언제나 그랬듯이.
닥치고 열심히다.
Posted by 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