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이야기2020. 4. 6. 12:05

1.

17년 여름부터 시작된 나의 일본 생활.

2년반의 부임기간, 많은 것을 이루고, 경험하고 돌아왔다.

 

여느 대한민국 공대생답게 평생 토익영어뿐이었던 내가 실무를 하며 일본어를 익혔고,

외국인치고는 제법 하네?라고 들을만한 실력이 되었다. 프리토킹이 되는 순간 회사에서 요구하지도 않지만

NLPT N1도 따놓고... 참 여러 곳에 여행도 다녀왔다.

 

어릴적부터 부모님께 역사교육을 많이 받아왔기에 그 영향이 강했겠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무척 싫어하는 일본에서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막상 가서 거주하며 느낀 일본은 생각보다 멋진 구석이 많았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선진국으로 그들의 근거있는 프라이드는 높았으며, 생활수준, 양식, 시민의식까지 부럽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역시 단순 여행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피부로 느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다만 현저하게 낮은 역사의식과 정치 참여의식, 맹목적인 매스컴 신뢰도 등 선진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뒤떨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어디든 뛰어난 점 떨어지는 점은 있기 마련이니.

 

어찌됐든 일본은 나에게 애증의 나라가 되었다.(무척 싫지만, 한국 이외 가장 잘 알고 있고, 가끔은 그리운 구석이 있는?)

 

2.

한편 복귀를 하기 2,3주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감염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하기 위해 검사를 잘 하지 않는 유명한 나라이니.

 

37.5도 이상의 발열시 출근을 제한하는 회사의 방침에 발열로 출근을 하지 못하는 동료들이 제법 있었다. 일주일가량 쉬고 출근한 그들과 이야기해보면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고... 아 역시 코로나 검사를 받기 힘든 나라구나... 그럼 코로나 음성 확진은 어떻게 받은거냐고 물어보니 의사의 진단 결과라고... 그리고 폐렴이긴 하단다. 

그러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괜히 내 컨디션도 안좋은거 같고 혹시 나도 이미 감염된건 아닐까? 만에하나 무증상 감염자라서 귀국 후 가족들에게 전파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공포심이 생겼다.

 

익히 들은것과 같이 일본도 한국도 공항의 인파는 여느때의 10%정도? 아주 적은 인원들 뿐이었다. 거짓없이 몸의 상태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후 2주간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어플을 다운받고 귀가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가용으로 귀가 후 현재 1주일 이상 방에만 지내고 있다.

 

너무 다행인건 혹시 무증상 감염자일까 두려워 받은 검사결과 음성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가족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모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이런 부분에 누구보다 확실하고 빈틈없는 가족들이라, 음성 결과를 받은 지금도 가족 전원 취침시에도 마스크 착용에 식사도 각자 따로, 특히 나의 식기는 아직도 소독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최대한 내 방에 문을 닫고 생활 중...)

 

3.

우리나라 외의 선진국에 꽤 오랜기간 거주하다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선진국이고 잘 사는 나라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나는 원래 한국을 무척 사랑했지만..더더욱!)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들의 코로나 확산을 바라보며, 그들을 마냥 선망하며 우리의 것을 비난하던 그들을 비판하던 나로서는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느꼈다. 사랑한다 대한민국!

나라와 민족을 위해 힘쓰시는 모든 분들, 응원한다. 이런 시기 여야, 한 마음 한뜻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과 이 와중에도 알력다툼에 힘쓰는 사람의 구분이 되는 것은 덤이랄까.

 

이따금 뉴스를 볼 때면 이해할 수 없는 이기주의자들의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 가족과 같이 딱히 불특정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도의적 책임감에서 자체 격리를 빈틈없이 실시하고 있는 분들도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당분간은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혼자만의 시간도 보내고, 가족과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지금도 나에겐 오랜만의 한국 귀국에 얼굴을 보자는 친구들의 연락이 오곤 한다.

"친구들아 나는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당분간은 SNS로 안부를 전하자!"

내가 괜찮다고 괜찮은게 아니라 괜찮지 않을 사람을 생각하는게 배려다.

모든 사람이 공동체 의식으로 배려하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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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꼼단
두서없는 이야기2019. 9. 8. 18:32

일본에 와서 놀란건 역사,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가끔 무시한 적도 있었다. 수준 이하라며..

어느 날 친한 친구, 동료들에게 왜 정치에 관심이 없냐고 물어보니

"관심을 가져봐야 바뀌는게 없으니까 모두들 포기한게 아닐까?

 물론 이유야 저마다 다를테니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엔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요즘 한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씨 문제로 아주 언론이 뜨겁다.

그의 딸이 고등학생 시절 이미 논물 제1저자로 올라갔던 것,

불공정하게 수차례의 장학금을 받아 일반 시민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준다는 것,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대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총장상을 받았는데

그 총장이 본인은 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 등.

 

이 외 펀드 등 여러가지 비리가 있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조국씨의 부적합함에 대해 뜨겁게 주장하고 있던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음주 운전을 저질렀다.

 

과거 마약, 성매매 관련해서 이슈도 있었고,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매스컴에 의하면

3억을 호가하는 벤츠 차량이었던 것 같다.

사고 후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려한 점,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며 1000만원에 합의하자는 등의 언행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안타깝다. 보수며 진보며 나라를 아름답게, 부유하게,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서로의 사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속한 집단이 더 큰 힘을 얻고,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나라가 아니라 본인이 더 부를 창출하기 위해 직업으로서 일을 하고 있는 자들로 느껴진다.

어느 진영이 여당이 되든,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든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요즘 생각이 든다. 일본인들이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지.

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옹호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겠달까.

점차 한국 정치인들도 세습을 거듭하고, 법은 최소한의 상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장치로서 의미보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울타리로 느껴질 뿐이다.

본인들은 동일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으니까.

 

좌우, 색깔을 떠나서 어느쪽이든 모두 특권의식을 가지고, 본인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당연하다 느끼고 있다. 역사 속 계급은 없어졌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 끔찍하다.

 

이따금 나는 월급을 받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며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데, 저기 어딘가에 태어날 때부터 상속받은 돈이 셀 수 없이 많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자만으로, 물가상승만으로 나의 연봉보다 많은 소득이 있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세상이 참으로 공정하지만은 않구나라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한 우울함은 결국, 30년도 전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며 인질극을 펼치던 지강헌의,

70억 횡령한 사람보다 500만원 훔친 내가 왜 더 죄값이 큰 것인냐는 불만에 까지 이르른다.

 

온 힘을 짜내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면, (친일파를 제외한)지금의 부를 창출하기 까지 그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 소유 재산을 전국민이 균등 분배하여 소유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미없는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없는 것이라든지, 지금의 부를 이용해서 중소기업을 괴롭히고 짜내 본인들의 부만 창출하는 것에 대한 불만등은 별개.

 

그동안 당연시여겨지던 기득권의 특혜가 이렇게 하나씩 사회에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정화되가는 과정이 아닐까?

박근혜 전대통령이 탄핵되고 그 죄값을 국민들이 알고 분노하는 것은 한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 이상의, 그동안의 역대 대통령들과 그 주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특혜들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가 생겼다는 것이고 나는 그런 의미에서 조국씨나 장제원씨의 기사들도 무척이나 반갑다.

 

잘못된 특혜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보수고 진보고 정말 국민을 위한, 국가를 위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색깔론도 없어지고, 무분별한 다툼과 헐뜯기도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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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꼼단